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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아스포라 여성들, 삶의 역사를 말하다
내용 [여성신문]

국경을 넘어 유랑하며 살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삶이야기 운동의 비전을 논하는 장이 마련됐다.

사단법인 조각보(사임대표 김숙임)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 50주년홀에서 ‘삶이야기 운동 5년 보고 포럼 및 삶이야기센터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들, 삶의 역사를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선 디아스포라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한국 외에 다른 지역으로 자의적·강제적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삶이야기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여성들은 ‘삶이야기가 나에게 준 파장’이라는 주제로 한국에서 살아온 경험과 삶이야기에 참여한 소감을 이야기했다. 조각보는 독일 통일 이후 동서독 주민의 갈등을 내적 통합으로 이끈 독일의 ‘삶이야기’ 운동을 한국사회에 적용해 진행해왔다.

한국에 정착한 지 14년 된, 북한에서 온 마순희씨는 한국에서 탈북민으로 살아온 경험을 이야기했다. 2003년 한국에 온 마씨는 현재 남북하나재단의 착한사례취재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에 잘 정착한 이들의 삶을 소개하는 일이다. 그는 삶이야기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난생 처음으로 자기 얘기를 해봤다며 소감을 이야기했다. “내 인생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절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지금 잘 살아가고 있는지 돌이켜보는 기회가 됐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또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탈북자들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각자가 가진 사연들을 알게 되면서 내 가슴이 넓어지는 기분이었다.”

중국에서 PD를 하다 2010년 한국에 온 박연희씨는 서울시서남권글로벌센터에서 중국어 통역을 하며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서 살 땐 ‘내 뿌리’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한국에 온 뒤 삶이야기를 하며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어디서 오게 됐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걸 개인주의라고 해서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나란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삶이야기를 하며 알게 됐다”는 박씨는 “방송 일을 하면서 남의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지만 내 이야기를 할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 ‘삶이야기’는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박씨는 삶이야기의 의미와 삶이야기 센터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청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오롯이 들어준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다른 이의 삶이야기에는 그가 속한 나라의 역사까지 담겨 있어 배울 점이 많다. 그래서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여성들이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더 마련돼야 한다. 서로 만나고 소통해야 편견을 깰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 200만도 포용 못하는 한국사회가 진정한 통일 할 수 있겠나”라며 “통일의 첫 걸음은 외국인을 포용하고 이주민과 소통하며 벽을 허물어가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에서 나고 자란 조미수씨는 사춘기 때 재일동포로서 정체성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했다. 조씨는 “어느 날 일본인 친구로부터 “미수씨는 조선인이니? 한국 사람이야?”라는 질문을 들은 뒤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게 됐다”며 “이후 재일동포의 역사와 배경이 궁금해졌고, 2013년 한국으로 유학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시민활동가로 활동하며 한국에 정착한 그는 2014년 삶이야기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말했다. “다른 이들에 비해 대단한 경험도 없고 내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떨리는 일이었다. 근데 그 공간이 굉장히 포용력 있는 자리였고, 내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에 눈시울을 붉히는 것에 감동했다. 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모두 드라마였다.”

또 그는 “그동안 저는 동포를 ‘한국과 일본’이라는 이분법으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삶이야기에 참가한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동포라는 게 굉장히 큰 범위로 존재하고 그 안에는 식민지와 분단의 역사가 깔려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삶이야기는 통일 운동과 같다. 개인의 디아스포라를 인정하는 게 통일을 이끄는 운동의 시작이 아닐까”라고 삶이야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세 살 남자아이의 엄마이자 북한이탈주민을 배우자로 둔 한국여성 최효정씨는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며 지인에게 조각보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최씨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통해 발자취를 돌아보고 고민하며 치유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며 스토리텔링의 힘이 크다고 말했다. “삶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삶이야기 운동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해하고 공감하며 상생의 관계로 한 발짝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삶이야기 운동은 개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기도 한다.”

최씨는 “삶이야기 운동을 통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함으로써 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갈등해소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고 있는 코리아 디아스포라 주민들의 경험을 생생한 기록으로도 남길 수 있다며 삶이야기 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디아스포라 삶을 아카이빙해 한민족 개개인의 눈으로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나아가 동북아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선도해나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더 나아가 각각의 삶이야기가 예술문화로 탄생해 인간 존중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1부 포럼과 2부 삶이야기 참가자들의 이야기로 진행됐다. 1부에선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 교수, 이해응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원, 박준규 한양대 문화인류학 교수, 김숙임 조각보 대표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이어 삶이야기센터 건립추진위원회 출범식도 가졌다. 공동추진위원장인 김숙임 대표와 지영선 생명의숲 공동대표를 비롯한 추진위원회는 앞으로 삶이야기 센터 설립에 힘 쏟을 예정이다.

여성평화운동단체인 사단법인 조각보는 남북한 여성들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기반을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남북 동포의 교류를 활성화하고자 2011년 창립했다. 현재 디아스포라 여성들과 함께 성·인종·민족·국가의 경계를 뛰어넘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출처 : http://www.womennews.co.kr/news/view.asp?num=11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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